Collector's Room

콜렉터스 룸

Jina Park

박지나

2018.05.25 - 2018.06.22

<콜렉터스 룸>의 그림 속에는 사물들이 가득 차 있는 아래에 미묘한 공간들이 깔려 있다. 아주 간단한 공간 구성으로 기본적 원근법이 드러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묘하게 뒤틀어진 공간이다. 서툴게 선을 그은 것처럼 공간은 기하학적으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소실점을 기준으로 2차원 화면 위에 3차원 공간의 환영을 그려내고자 했던 서양 원근법의 욕망에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고전적인 동양 원근법을 살펴보자. 시대마다 이름과 해석을 다르게 했지만, 한 화면 안에 가까운 곳과 먼 곳이 뒤섞여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나의 소실점을 향하는 특정 시점을 포착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점이 함께한다. 이 과정에는 당연히 시간적인 거리두기가 생겨난다.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동시에 그리면, 화면 안에서 시점이 이동하며 3차원의 환영에 더해 4차원의 시간 개념이 더해지는 것이다. 박지나의 작업은 언뜻 보기에 서양적 원근법을 구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갑자기 회화적 평면성을 강조하는 공간 표현이 등장하거나, 미묘하게 어긋난 선들로 3차원적 환영이 깨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양화 연구를 했던 작가의 공간 인식 표현이다. 이런 방식은 한국의 ‘책가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근대 유럽의 ‘경이의 방’을 동양에서 재구성한 ‘책가도’와 ‘문방도’에는 새로운 공간표현이 등장한다. 단순히 익숙하지 않은 서양 원근법을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기 보다는, 동양화의 공간 구현 방식을 따른 대상의 3차원적 표현이자, 시점 이동을 통한 시간성의 구현이었다. 박지나의 콜렉터스 룸은 이 점에서 우리 책거리 전통과 맥이 닿는다. 독일에서 동양적 전통을 따라 그려낸 내밀한 개인적 소유와 시간의 이야기, 이게 박지나의 콜렉터스 룸이다.